서울에서 중부고속도를 이용해 차로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오창IC가 나온다. 오창IC에서 나와 아파트 단지를 지나 과학단지 끝자락에 오면 세련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자리잡은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센터다.
센터는 건물 자체만으로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한적한 곳에 위치해 센터 내 시설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듯하다. 지난 2010년 3월 부지 6958평, 연면적 2133평 규모로 준공된 국가기상슈퍼컴센터는 슈퍼컴퓨터 운영에 최적화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항온항습시설은 물론 이중화된 전력공급 장치도 보유하고 있다. 비상시 외부전력이 차단된 상태에서 48시간 동안 슈퍼컴퓨터를 운영할 수 있는 발전시설도 갖췄다.
#물리적으로 분산 설치된 슈퍼컴
건물 안에 들어가 3층으로 올라가면 양쪽으로 분리, 설치된 슈퍼컴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쪽에는 ‘해온’이, 한쪽에는 ‘해담’이 있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분리해 놓은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완전히 분리해 놓은 것이다. 혹시 모를 재난 사태 때문이다.
두 슈퍼컴퓨터는 실제 상호 백업역할을 수행한다. 이경현 국가기상슈퍼컴센터장은 "한쪽 슈퍼컴퓨터에 장애가 발생되면 즉시 다른 쪽 슈퍼컴퓨터가 가동해 업무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백업은 별도 데이터 마트를 통해 하고 있다.
해온과 해담은 우리나라에서 4대 밖에 없는 슈퍼컴퓨터 중 2대다. 지난 2010년 12월 도입된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인 해온과 해담은 미국 크레이(CRAY) XE6 기종이다. 계산성능이 758테라플롭스(TF), 공유자료저장장치 2.5페타바이트(PB), 백업저장장치 4.5PB로 구성돼 있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이며, 2011년 6월 기준 세계 슈퍼컴퓨터 중 성능 순위 20위와 21위다.
#슈퍼컴 3호기로 수치정확도 20% 향상
슈퍼컴퓨터 3호기는 20여종 수치예보 모델을 하루 90여회 수행한다. 이를 통해 하루에 1테라바이트(TB) 이상 데이터와 7만장 규모의 분석 및 예상 일기도를 생산한다. 이는 전국 기상관서 예보관에 제공돼 활용된다.
이 센터장은 "슈퍼컴퓨터 3호기 적용 후 수치 정확도는 2호기 대비 10% 향상됐다"며 "정밀한 수치예보 자료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정확해진 수치예보 자료를 각 기관에 제공해 경제적 효과도 창출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자료를 제공받아 발전수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 몽골, 베트남, 태국, 필리핀, 네팔, 홍콩 등 총 18개국 220개 도시에 하루 2회식 수치자료를 제공한다.
슈퍼컴 3호기 뒤로는 2005년 도입된 2호기가 눈에 들어온다. 2호기는 도입 당시 기상청이 자체 센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해 서울 서초동 KIDC에 임대해 입주해 있었다. 현재 2호기는 일부 예보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1999년 도입된 1호기는 이제는 수명이 다해 곧 폐기될 예정이다.
#940억 투입해 한국형수치예보모델 개발
정확한 일기예보는 슈퍼컴퓨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환경에 맞는 정확한 수치예보 모델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총 940억원을 투입해 본격적으로 한국형수치예보모델 개발에 나섰다. 별도 법인으로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도 설립됐다.
이 사업은 올해 시작돼 오는 2019년 완료된다. 프로젝트는 크게 △계산과정별 단위 프로그램 개발 △프로그램 모듈화 모델 완성 △수치모델분야 공동 협력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추진된다. 이를 기반으로 기상청은 세계 수준의 수치예보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까지는 한국수치예보모델 기본설계 작성과 개발소프트웨어 평가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협업 환경도 조성했다. 박훈 수치모델개발과장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개발되면 세계에서 9번째로 모델을 자체 개발한 나라가 된다"며 "모델 개발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수치예보 관련 인재들을 우리나라로 다시 끌어 모으겠다는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사업비 940억원 가운데 대부분은 인재 확보 및 운용에 쓰일 예정이다.